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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기

[에세이] 불혹(不惑)

by vivam 2022. 10. 25.

 

불혹(不惑),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40대가 되면서 느끼는 요즘은,

삶에서 절대적인 옳고 그름과 나쁘고 좋음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이전에 나는 그런 기준들이 명확했다.

선인과 악인을 구분 짓기 쉬웠으며, 옳고 그름의 도덕적인 잣대가 상당히 엄격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쁜짓을 한번 하면 그 사람은 나에게 있어 죽을 때까지 나쁜 사람이 되었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딱 그 한순간, 사진과 같은 순간을 두고 모든 것을 판단했다.

 

지금 이순간의 실패가 너무 아파서 죽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이순간의 성공이 영원할 것처럼 우쭐대고 건방 떨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어제는 웃었지만 오늘은 울 수 있고 내일은 또 다를지도 모른다.

이 한 순간이 나의 모든 인생은 아니며 그저 한 순간일 뿐이라는 것.... 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참 많이 울고 웃었다.

 

10대의 나는, 불안하고 어둡고 꼬여있어서 하루에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이였다.

20대의 나는, 겁이 많아 그냥 부는 바람에도 으르렁 대는 작고 사나운 청년이었다.

30대의 나는, 생존을 위해 앞뒤가릴 것 없이 성장하기 위해 돌진하던 청년이었다.

40대의 나는, 나의 삶을 관철하는 태도를 바로잡고 내적+외적 충만함을 채우기 위해 고민하는 중년이다.

 

내 삶에 후회가 없다.

다시 돌아간대도... 그때보다 더 노력하고 잘할 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 안에서 나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주어지는 시간에 대해서는... 과거보다는 더 노력하여야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삶의 기준이 모호해진다는 것은

나의 경험이 풍부해져서 여러 변수를 이해하고 상황들을 유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복합체인 사람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하지 않으며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선인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누군가에게 악인도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선인이 될 수 있도록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불혹을 지나고 있는 내가 다음 지천명에서 불혹을 회상하였을 때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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